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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트란스트뢰메르, ‘반쯤 열린 문’
김소연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주로 이미지를 선명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.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, 오로지 시선과 관찰로써 이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려 했다. 그는 주변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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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진은영, 사랑
김소연 시인 유사 이래 사랑을 노래한 시인은 숱하다. 그 많은 시인은 저마다 자신으로부터 사랑이 다시 탄생하고 재발명되기를 염원했을 것이 틀림없다. 자신이 노래한 사랑이 협소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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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유희경, ‘걱정’
김소연 시인 낯선 도시의 낯선 골목을 혼자 걸어가다가 핸드폰이 방전되어버렸다. 지도 어플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싶었다.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택시를 잡아타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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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오은, ‘그’
김소연 시인 하나의 재난에 대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로 새로운 재난이 닥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. 새로운 재난이 지나간 재난과 맞물려 더 거대한 공포로 부풀어 오른다. 한 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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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비스와바 쉼보르스카, ‘모르겠어’
김소연 시인 누구보다 현실을 직시하며 시를 썼던 쉼보르스카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, 가장 중요한 시인의 영감이 “나는 모르겠어”라고 말했다. 잘 알고 있는 것들 바깥으로 시선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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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루이스 글릭, ‘베일’
김소연 시인 시는 우리 시야에 드넓게 펼쳐진 안개를 걷게 만든다. 안개가 감추어둔 것을 또렷하게 드러내어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보게 한다. 잔혹하고 추한 것을 드러내는 것에 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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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황인숙, ‘종아리’
김소연 시인 1988년 봄, 황인숙 시인은 첫 시집 『새들은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』를 출간한다. 하늘로부터 자유를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게 자유를 부여해주는 새를 우리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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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이육사, 맞이
김소연 시인 몇 해 전 안동에 간 적이 있다. 육사의 웅장한 시세계가 그리워져 웅장한 이육사문학관을 찾아갔다. 마당 한쪽의 웅장한 돌에 한국인이 오래 사랑해온 ‘청포도’가 새겨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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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나희덕, ‘배후’
김소연 시인 시는 얼마만큼 현실적일까. 시는 대중이 오해하는 바처럼 낭만적인 영역을 도맡고 있을까. 시는 어떤 식으로 현실에 대한 응전력을 갖출 수 있을까. 시는 ‘나’의 목소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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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이승훈 ‘형태’
김소연 시인 시에 담긴 내용이 아니라 시의 형태와 평생을 싸워왔노라 고백했던 시인이 있다. 이승훈의 ‘나를 쳐라’라는 시에는 ‘결국 그동안 난 시를 쓴게 아니라 형태를 찾아 헤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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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기형도의 ‘나리 나리 개나리’
김소연 시인 우리는 어떨 때 ‘시적이다’라는 표현을 쓸까. ‘서정적 순간’을 빗댄 표현으로 많은 이들이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말이지만, 나는 이 빗댐이야말로 시를 평면적으로 만들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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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박서원의 ‘고통’
김소연 시인 독서를 하다가 생각한다. 이 저자도 녹록지 않은 나날을 이렇게 통과했구나. ‘녹록지 않다’라는 편안한 표현이 민망할 정도다. 내가 독서로 만나온 저자들에게는-문학작품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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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허수경의 ‘잘 가’
김소연 시인 허수경 시인의 시집 『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』에는 ‘잘 가’라는 말이 여러 번 등장한다. ‘잘 있니’라는 말의 앞과 뒤에 ‘잘 가’라는 말이 등장한다. 전생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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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올라브 하우게, ‘어린 나무’
김소연 시인 하우게는 노르웨이의 울빅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. 원예학교에서 공부하고 평생 정원사로 살았다. 매일 허리를 구부려 농장일을 하다 문득 시를 썼을 것이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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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최승자 ‘일찍이’
김소연 시인 나는 누구일까. 이 세계에서 나는 어떤 생을 살아야 할까. 이런 질문이 문득 엄습할 때가 있다. 이 엄습에 대처하는 저마다 비결 하나쯤은 있으리라 생각되는데, 나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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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심보선, ‘인중’
김소연 시인 신체를 시의 주요한 모티브로 데려온 적 없는 시인은 없을 것이다. 얼굴과 얼굴을 특징짓는 이목구비, 머리카락 같은 것은 너무 자주 사용해왔고 계속해서 새롭게 사용되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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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최정례 ‘호랑이’
김소연 시인 오늘도 나의 산책길에서는 개와 개가 만나 뺨을 대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. 서로의 냄새를 맡는 모습을 주인은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. 지나가는 행인들은 “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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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이수명, 물류창고
김소연 시인 현관문 앞에 택배가 도착한다. 플라스틱 용기로 포장된 한 끼가 도착할 때도 있다. 아무도 만나지 않고서도 내게 필요한 물건을 산다는 것에 익숙해졌지만, 익숙해졌다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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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윤동주, 부끄러움
김소연 시인 부끄러움은 누구의 것일까. 소심하고 내향적인 사람의 성정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, 결핍에 대한 외부적 반응이자 억압에 대한 내면의 반응이기도 하다. 부끄러움은 못 갖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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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김종삼 ‘다름 아닌’
김소연 시인 시는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오랜 믿음이 우리에겐 있다. 힘없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순간에 시인은 훌륭한 시를 쓸 수 있다. 힘없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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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김수영 ‘거미’
김소연 시인 거미는 예술가들이 오래 주목해온 생명체였다.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조형물(사진)이나 1960년대부터 변주되어온 ‘스파이더맨’처럼, 예술가들에게 유독 사랑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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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김소연의 시인이 사랑한 단어] 파울 첼란 ‘그래도 아직은’
김소연 시인 무언가가 이미 소멸했다고 누군가가 비관적인 선언을 했을 때 그렇게 단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는 좋아한다. 무언가가 아직 잔존하고 있다는 걸 입증하려는 태도를 나